
슬픔과 질곡의 나락이 쌓여 벌써 1년 그 추모제에 글을 부쳐본다 수많은
추모객이 광장을 메웠건만 참된 너희와 맺은 인연의 늪을 홀연히 건너게
할 수는 없구나
생떼같은 너희들을 먼저 보내놓고 벌써 영이라 불러야
하는 자리를 맞고 보니 생전의 추억에 가슴이 저민다 눈에 넣어도 머들거리지
않을 자식을 불면 꺼질세라 고이 고이 키워왔었는데 -
잘 다녀 오겠다며 방긋 미소 지었고 잘 다녀왔다는
그 소릴 한번 만이라도 더 보고 더 듣게 할 수는 없겠니
1년 전 오늘 6.29 그날 오후 태초이래 최악의 참사라는
비극이 온 세상을 전율케 했을 때 정신을 잃고 쓰러졌었다 오금이 저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눈물조차 메말라 버렸었다
왜 하필이면 내가 당해야 하느냐고 신불께 따져도 보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꼬집어도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내 자식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엄마 아빠 외치면서 금방 돌아올거라 믿었었다 그런데도
가 버린지 1년이라니 하늘보고 별을 봐도 온통 구름이더라 앞을 봐도 옆을
봐도 되돌아 봐도 막혀 있더라
말이 쉬어 천당갔다 위안 삼아도 믿기 좋아 왕생극락 위로해
주어도 내곁에 없는 자식 허전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내가 가고 네가 있어야
되는데 따라죽지 못한 목숨 넉두리라 흉보겠제 -
수만톤의 공글더미 순식간에 무너질 때 그 고통을 생각하여
애처로와 통곡했고 토막 시신 찾은 것도 다행이라 여겼는데 한치 근거조차
확보못해 실종자가 되었으니
아! 통제여 죽은 것도 억울한데 한정된 공간에서 확실하게
죽은 사람 이 시대가 어느멘데 그것조차 못찾아 당한 수모 눈물도 메말랐다
졸지에 당한 사고로 얼마나 놀랬더냐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디었노 갈갈이
찢어진 육신 어데가서 꾸멜끼고- 박살이 나서 사그라진 그 원한을 무엇으로 달래주랴 화염에
숨이막혀 얼마나 답답했노 물이 차 오른다고 걱정하다 익사한 너희들의 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
아! 억울해라 원통해라 천지가 요동하다 우르르 쾅 무너질 때 백화점이
무너진다고 상상이나 했겠느냐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도 들었겠다 폭풍은
불고 불은 번쩍이고 우레가 천지를 요동쳤으니 아! 억울해라 아! 원통해라
피를 흘리고 쓰러진게 아니겠지 그럴 겨를도 없이 박살이나
분해되었제 서서히 무너지는 지축에 짓눌린게 아니라 찰라에 형체도 그림자도
없어졌겠제
시루떡 고물도 안되리만큼 철저히 사라진 여러 육신 찾아 온 만신을
다 뒤졌다 난지도 넓은 땅에 버려진 공글더미 손톱 발톱 다 헤지게 뒤지고 찾았건만
파편보다 작은 유골 그거라도 없으면 억지 부린다고 당할 수모위해 흔감하게
생각했다
아라! 분하고 원통하다 장대같은 내 자식 생떼 같았던 영령들이여! 참사도
억울한데 보상금 타 먹으러 안죽은 자식 죽었다고 억지 부린다는 비난 여론 엎친데
덮친다더니 의심받은 수모가 당치나 한 일이냐 영령들을 담보삼아 몇푼 돈에 흥정할
때 하늘 보기 부끄럽고 세상보기 창피했다
찬물에도 노소있듯 죽음에도 유서 있었음 이러지는 않을텐데 에미가
너희 앞에 보내는 메시지가 황량하기 짝이 없다
1년이 다 되도록 보지 못한 너희들을
꿈속에서라도 만날까봐 구석구석에 너희사진 걸어놓고 소식을 기다리다 삐삐까지
샀단다 난지도에서 모은 유골조각을 사진하고 함께 묻어 부모 시름 달래었다
목숨이 무엇인지 따라죽지 못하고 1년상을
맞았으니 사는 것도 부끄럽다 에고 에고 너거보기 부끄럽다
거처하던 방을 뒤져 머리카락 한올 찾아 지갑 속에 넣어 다니며
세상 시름 달래운다
병든 부친 알까봐서 1년동안 숨긴 비밀_ 노환의 할머니가
손녀 죽은 사실 알면 받을 충격 염려하여 직장따라 갔다고 숨겨왔었는데 어찌알고
졸도하여 숨졌으니 이런 사실 숨은 비화가 열권책도 모자랄 거라
자식들아 아가들아 부모심정 알기나 하느냐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더니 에미 가슴에 박힌 못을 어떻게 뽑을소냐
얘들아 졸지에 당한 참사에 얼마나 놀랬느냐 채 피워보지도
못한 청춘에 미련인들 오죽하냐 이유없이 죽은 슬픔 원한인들 오죽하랴 허나
이제 어쩔소냐
놀람 미련 원한일랑 오늘의 추모제를 계기로 훌훌 털어 버리자 달을
보고 울어보고 별을 보고 한숨질 긴긴 세월 너거들을 가슴에 묻고 갈란다
이제 여러 영령들을 위한 추모비가 이곳에 건립되지 않겠느냐
다른 곳은 의미가 적지 않겠느냐
오늘 모이신 큰 어른들이 이 말을 들었으니 생각이 있을거다 혹망중에
잘못된 걸 바로 잡는게 도리 아니겠나 마지막 먹는 한생각이 다시 올제의 근본이라니 부디
모든 시름 떨쳐 버리고 떠나거라
아! 가슴이 메이누나 아리는 구나 찢어지는
것 같구나 잘 있거라는 말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우짜것노
잘 있으시오 부디
명복 누리거라
1996년 6월 29일 삼풍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자식잃은
에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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